※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김신록은 지옥행 고지를 받은 대상자 박정자로 분했다. 생일날 5일 후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 박정자는 새진리회로부터 30억원을 줄테니 지옥행 시연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 하자는 제안을 받는고 아이들을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박정자의 지옥행 시연 생중계는 이후 세상을 완벽히 바꾸어놓는 계기가 된다. 박정자로 분한 배우 김신록은 '지옥' 전반부에서 가장 강력한 에피소드 중 하나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지옥'이 공개와 함께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3위를 기록했고, 현재는 8위를 유지 중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예상했나
▲ 사실 '오징어게임'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생각했고 '마이네임'도 선전해줬다. 오픈하면 '지옥'도 좋은 반응을 얻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24시간 만에 1위했던건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다.- '지옥'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인간이 누구나 죽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건 전 인류의 가장 큰 화두이자 고민이자 두려움이다. 그것을 정면으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죽음이 아니라 '지옥'이라는건 두려움과 수치심, 피하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누구도 클리어하게 외면할 수 없는 주제인 것 같다.
- 완성된 '지옥'을 본 소감은?
▲ 시청자로서 정말 재밌게 봤다. 웹툰도 보고 대본도 읽었는데도 흡입력있게 본 걸로 봐서는 연출적인 것, 후반작업, 배우들의 연기들이 잘 기능한거 아닌가. 사실 되게 놀랐다. 한 인물이 끌어가는 작품이기 보다 여러 배우들이 제 몫을 하면서 끌어가는 작품인데 다들 제 몫을 잘 해주신 것 같다.
- '지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기본적으로 죽음 앞에 선 인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이 겪는 공포,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게 되는거니까. 지옥은 인간 사회의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이 더해지면서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얼마나 많은 상상과 감정과 생각을 느끼는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 실제로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다면?
▲ 며칠 후에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3초 후나 20년 후는 굉장히 다를 것 같다. 사실은 언젠가는 끝나는데 우리가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계속될 것처럼 산다. 끝을 고지 받는다는 건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고 한편으로 어떻게 생각하면 자기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는 힘도 되지 않을까.
-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박정자의 장면 중에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 감정적으로는 큰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5일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전체적으로 밀도를 유지해야 했다. 어떤 장면이 특별히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내가 좋아했던 장면은 드디어 5일째 되는 날 밖 시민들이 날 구경하러 와있고 집 벽이 허물어져 있고 아이들 방에 있다 나오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남아있는 인간의 존엄을 최대한 발휘해 옷을 추스른다. 날 추스르는 장면이 연기할 때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시청자로서 박정자가 시연을 받고 난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봤나
▲ 굉장히 재밌게 봤다. 1-3부가 세상을 셋업하는거고 4-6부는 그 세계에서 어떤 일을 보여주는거다. 인간세상 천태만상을 다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 박정민은 최애 장면으로, 유아인은 뒤통수 맞았던 장면으로 박정자의 엔딩을 꼽았다. 직접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 그 장면을 처음 접하고 어땠나. 주변의 반응은?
▲ 굉장히 신났다. 웹툰에 없는 장면이더라. 부활함으로서 세계관도 확 열리는 것 같고 배우로서도 임팩트가 확 생기는 것 같아서 신나게 찍었다. 주변에서는 '오 터미네이터' 그런 반응이었다. (웃음)
- 시즌2가 나오면 당연히 중요한 캐릭터로 나올 것 같은데
▲ 지금 나의 걱정은 시즌2가 열리는데 '20년 후' 이렇게 나올까봐. 그걸 걱정하고 있다. (웃음)
- 결말 부분에 다양한 해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정자가 돌아오는 장면을 어떤 의미로 해석했나
▲ 나도 여러가지를 찾아봤는데 작품을 받았을 때는 어떤 논리인지 해석하지 않았다. 어차피 박정자도 그걸 알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를 확장하고 시즌2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다만 이제 다시 무엇인가가 시작되는 것 같은 표정이나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 시즌 2가 박정자의 귀환부터 다시 시작된다면 어떤 전개가 펼쳐질 것 같나
▲ 연상호 감독님이 워낙 이야기꾼이라 상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실 것 같아 기대된다. 나는 그냥 막연하게 이 사람이 귀환했을 때 메시아처럼 추앙받지 않을까, 이 메시아로 인한 또다른 파쇼적인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상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