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의 한 서울 지역 매장 아르바이트생이 유효 기간이 지난 식자재의 날짜 스티커를 새로 덧붙이는 방식으로 다시 쓰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폭로하면서다. 한국맥도날드는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아르바이트생을 징계했지만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게다가 맥도날드의 스티커 덧붙이기가 최소 3년 전부터 이뤄진 것이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17년 해피밀 세트를 먹은 어린이가 식중독 증상에 투석 치료까지 받았던 이른바 ‘햄버거병’ 파동으로 작년 11월 검찰로부터 압수 수색까지 받았다. 검찰은 지난 4월,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불기소 처분을 했다.
유효 기간 지난 빵 재사용했나… 연일 ‘식자재 리스크’에 흔들리는 맥도날드
이번 의혹 동영상을 찍은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이 일했던 서울 강남의 한 맥도날드 직영 매장에서 약 1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폐기 대상인 햄버거 빵과 토르티야 등의 식자재를 계속 다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유효 기간이 찍힌 스티커를 떼고 새 유효 기간이 찍힌 스티커를 붙이는 이른바 ‘스티커 갈이’를 하는 장면도 폭로했다. 그는 관련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맥도날드는 의혹 제기로부터 7개월 만인 지난 4일 “내부 조사 결과 유효 기간이 지난 스티커를 재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내부에서 정한 유효 기간(2차 유효 기간)은 맥도날드 자체 품질관리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통기한보다 짧게 설정하고 있다”고 했다. 의혹은 사실이지만, 먹어도 상관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중에서 통용되는 유통기한보다 짧게 설정한 제품만 스티커 갈이를 한 건지, 실제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이 섞여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당초 발표와 다른 설명을 했다.
이번 식자재 재사용 의혹을 놓고 업계에선 지난 2017년 불거졌던 ‘햄버거병’ 파동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햄버거병은 지난 2016년 맥도날드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아동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을 갖게 됐다며 2017년 7월 맥도날드 본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사건이다. 이후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맥도날드는 식품 안전을 강조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개최했다. 2019년 말에는 ‘주방 공개의 날’을 열고 “기존의 유통기간보다 강화한 자체 품질관리 유효 기간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아르바이트생이 폭로한 스티커 갈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맥도날드가 그동안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까지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르바이트생만 징계한 ‘꼬리 자르기’도 분노 키웠나
한국맥도날드가 1차 사과문을 발표할 때, 문제에 대해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면서 해당 매장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것도 비난 여론을 키웠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한국맥도날드 측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잘못을 덮어씌우고,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고, 전국 아르바이트 노조와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지난 5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커지자 맥도날드는 뒤늦게 해당 지점 관리자에게도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고, 전국 400여 매장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2차 입장문을 냈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아르바이트 노조는 “맥도날드 다른 점포에서도 스티커 갈이가 공공연하게 일어났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맥도날드 전체의 조직적인 폐기 식자재 사용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뒤집어씌운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회사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